[대리 / 성명서]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과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한다!
○ 시민으로 학부모로 교사로서 학교가 진정한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학교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학교는 이미 정치적 공간이다. 교육과정 선정, 역사 서술, 시민교육의 내용은 모두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며, ‘탈정치화된 학교’라는 관념 자체가 특정 입장을 은폐하는 수사적 구성물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치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방식의 정치화인가다.
○ 첫째, 선거연령을 하향해야 한다. 만 18세 선거권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 대부분 국가의 보편적 기준이다. 오스트리아는 만 16세에 선거권을 부여하며, 독일 일부 주는 지방선거 투표연령을 16세로 낮췄다. 청소년이 납세 의무를 지고 형사 책임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정치적 권리에서만 배제되는 것은 시민권의 불균형한 배분이다. 선거권은 '성숙도'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권의 문제다. 극우 성향 청소년 증가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증상에 대한 반응일 뿐이다. 핵심은 청소년들이 유튜브 알고리즘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향실에서 극단적 관점만을 접하는 현실이다. 학교가 제도화된 공론장으로 기능한다면, 대면 토론과 논쟁을 통해 다원적 관점을 경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성찰할 기회를 얻는다.
○ 둘째, 교사의 정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선거연령 하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교사의 정치 기본권이 함께 보장되어야 학교가 실질적인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될 수 있다. 독일은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되,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교화 금지, 논쟁성 유지, 학생 이익 우선의 원칙을 확립했다. 프랑스 교사들도 노조 활동과 정치적 의견 표명이 보장되며, 이것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교사를 정치적 주체로 인정할 때 민주시민교육이 형식적 중립성을 넘어 실질적 비판적 사고를 함양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정치적 표현을 억압한다면, 이는 구조적 모순이다. 두 권리는 상호보완적으로 획득되어야 한다.
○ 셋째, 학교를 지속가능한 민주적 공론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타운홀 미팅 방식 수업, 영국의 시민교육은 논쟁적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구조화된 토론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2019년 영국 의회는 기후변화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처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시민참여의 학습 과정으로 인정했다. 학교를 정치적 무균실로 만들려는 시도는 오히려 청소년을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정보의 포로로 만든다. 이러한 공론장이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학생 총회, 사회 쟁점을 다루는 토론 수업의 교육과정 내 필수화, 학생회의 실질적 권한 보장,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주의 포럼 등이 학교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독일의 학급회의 제도나 북유럽의 학생 의회 시스템은 이러한 공론장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다.
○ 우리는 다음을 요구한다.
- 선거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하향 조정하라.
-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정치 기본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라.
- 학교 내 민주적 공론장 형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라.
-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민주시민교육 원칙을 확립하라.
○ 학교는 특정 이념의 주입 공간이 아니라 복수의 정치적 입장이 충돌하고 협상하는 민주적 공론장이어야 한다. 청소년을 정치적 무능력자로 타자화하는 대신, 불완전하더라도 참여를 통해 배우는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교육의 출발점이다. 우리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경험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교사의 정치 기본권 보장과 선거연령 하향이라는 두 축이 반드시 동시에 실현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2026년 2월 9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